새롭게 치고 올라오는 언더독 !

갈색 바지의 낭만에서 펠로톤의 포식자로
뚜르 드 프랑스를 오랫동안 시청해 온 올드팬들에게 이 팀은 아주 뚜렷한 상징 하나로 기억됩니다. 바로 펠로톤에서 유일하게 고집하던 촌스러운 듯 클래식한 '갈색 자전거 바지(빕숏)'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데카트론 AG2R 라 몬디알(Decathlon AG2R La Mondiale)'은 7편에서 소개한 그루파마-FDJ와 함께 프랑스 사이클링을 지탱해 온 양대 산맥입니다.
제가 불과 몇 년 전 이 팀의 경기를 볼 때만 해도, 전형적인 '프랑스식 낭만'을 추구하는 언더독 느낌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스폰서가 전면 교체되면서, 이들은 과거의 정겨운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현재 펠로톤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쓸어 담는 무시무시한 포식자로 완벽하게 환골탈태했습니다.
스포츠 공룡 데카트론의 등판과 스폰서의 변천사
이 팀의 중심축은 1997년부터 20년 넘게 팀을 후원하고 있는 프랑스의 거대 보험 및 금융 그룹 'AG2R 라 몬디알(AG2R La Mondiale)'입니다. 오랫동안 든든한 물주 역할을 해왔지만, 타 국가의 거대 자본 팀들에 비하면 예산과 장비 면에서 항상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은 프랑스의 자동차 기업 '시트로엥(Citroën)'이 서브 스폰서로 참여하기도 했죠.
하지만 팀의 운명을 바꾼 진짜 게임 체인저는 2024년에 합류한 글로벌 스포츠용품 유통 공룡 '데카트론(Decathlon)'입니다. 가성비 제품으로 유명한 데카트론이 메인 스폰서로 들어오면서, 팀의 자전거 역시 데카트론의 자체 프리미엄 브랜드인 '반 리셀(Van Rysel)'로 교체되었습니다.
처음 이 소식이 전해졌을 때 사이클링 팬들과 전문가들은 "마트 자전거로 월드투어 대회를 뛴다고?"라며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대반전이었습니다. 데카트론의 막대한 자본과 공기역학 기술이 집약된 새로운 자전거는 엄청난 성능을 발휘했고, 선수들의 경기력은 말 그대로 수직 상승했습니다. 스폰서와 장비의 변화가 팀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바꾸는지 보여주는 역대급 사례가 되었습니다.
프랑스 사이클링의 황태자: 역대 주요 선수
데카트론이 합류하기 전, AG2R 팀을 오랫동안 먹여 살렸던 프랜차이즈 스타가 있습니다.
- 로맹 바르데(Romain Bardet): 뚜르 드 프랑스 종합 우승을 노렸던 프랑스의 자존심이자 뛰어난 클라이머입니다. 가파른 내리막(다운힐)에서 목숨을 건 듯한 엄청난 테크닉으로 경쟁자들을 따돌리던 그의 모습은 팀의 상징이었습니다. 비록 그토록 원하던 옐로 저지(종합 우승)를 입지는 못했지만, 시상대(포디움)에 오르며 팬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 올리버 나센(Oliver Naesen): 프랑스 팀임에도 불구하고 험난한 돌길을 달리는 코블스톤 클래식 레이스에서 팀의 든든한 기둥 역할을 했던 벨기에 출신의 클래식 스페셜리스트입니다.

호주 에이스와 오스트리아 산악왕의 조합: 현재 주요 선수
스폰서 개편과 함께 팀은 철저한 프랑스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글로벌한 로스터를 구축하며 전력을 극대화했습니다.
- 벤 오코너(Ben O'Connor): 현재 팀의 명실상부한 1옵션 종합 우승(GC) 리더입니다. 호주 출신으로, 길고 험난한 오르막에서 자신의 페이스를 묵묵히 유지하며 뚜르 드 프랑스 종합 4위까지 올랐던 강력한 선수입니다.
- 펠릭스 갈(Felix Gall): 오스트리아 출신의 클라이머로, 2023년 뚜르 드 프랑스의 가장 험난한 산악 구간(퀸 스테이지)에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차세대 에이스입니다.
- 브누아 코느프루아(Benoît Cosnefroy) & 폴 라페이라(Paul Lapeira): 짧고 가파른 언덕에서 폭발적인 가속을 보여주는 펀쳐들로, 새롭게 바뀐 자전거의 성능을 100% 활용하며 원데이 레이스와 스테이지 우승을 휩쓸고 있는 핵심 자원들입니다.
향후 전망과 뚜르 드 프랑스 관전 포인트
과거의 데카트론 AG2R 라 몬디알이 산악 구간에서 로맹 바르데 한 명에게 의존하던 팀이었다면, 지금은 평지 스프린트, 브레이크어웨이(도망자 그룹), 험난한 산악 종합 순위 경쟁까지 모든 분야에서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탄탄한 전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데카트론의 자본력 덕분에 훈련 시스템과 영양 관리 역시 최상급으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포가차르나 빙에고르 같은 압도적인 레벨의 선수는 없기 때문에 뚜르 드 프랑스 최종 우승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뚜르 드 프랑스를 시청하실 때 시원한 하늘색 유니폼(새로운 팀 컬러)을 입은 이 선수들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유심히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펠릭스 갈의 날카로운 산악 어택이나 벤 오코너의 묵직한 클라이밍은 거대 예산 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 핵심 요약
- 오랜 기간 프랑스 보험사 AG2R의 후원을 받던 이 팀은, 최근 글로벌 스포츠 기업 '데카트론'을 메인 스폰서로 맞이하며 자본과 장비 면에서 완벽하게 환골탈태했습니다.
- 과거 로맹 바르데가 팀의 상징이었다면, 현재는 호주의 벤 오코너와 오스트리아의 펠릭스 갈을 중심으로 강력한 다국적 에이스 진영을 구축했습니다.
- 스폰서 교체 후 새로운 자전거의 압도적인 성능에 힘입어 펠로톤의 다크호스로 떠올랐으며, 뚜르 드 프랑스 전 구간에서 공격적인 활약이 기대됩니다.
다음 9편에서는 뚜르 드 프랑스 펠로톤에서 가장 강인한 정신력과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중동의 또 다른 강호, '바레인 빅토리어스(Bahrain Victorious)' 팀의 역사와 그들의 거친 산악 트레인 전술에 대해 파헤쳐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장비가 스포츠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크다고 생각하시나요? 프로의 세계에서는 역시 선수의 엔진(체력)이 절대적일까요, 아니면 데카트론 팀의 사례처럼 최첨단 장비의 차이가 승패를 가를 수 있다고 보시나요? 자유롭게 댓글로 의견을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