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갑 ! 레드불의팀 입니다 !


펠로톤에 상륙한 황소, 스포츠 제국의 사이클링 정복기
제가 최근 몇 년간 뚜르 드 프랑스 관련 뉴스를 챙겨보면서 가장 크게 놀랐던 소식 중 하나는 바로 '레드불(Red Bull)'의 사이클링계 본격 진출이었습니다. F1(포뮬러 원), 익스트림 스포츠, 축구 등 손대는 종목마다 압도적인 자본력과 스포츠 과학으로 판도를 뒤집어 놓았던 레드불이 드디어 도로 사이클링에 눈을 돌린 것입니다.
펠로톤에서 레드불 헬멧은 그동안 왓 반 아트나 톰 피드콕 같은 극소수의 슈퍼스타들만 개인 스폰서 자격으로 쓸 수 있는 '특권'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한 팀 전체가 황소 마크를 달고 뚜르 드 프랑스 제패를 노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심에 있는 '레드불-보라-한스그로헤(Red Bull - BORA - hansgrohe)' 팀을 해부해 보겠습니다.
독일 사이클링의 자존심에서 글로벌 슈퍼팀으로: 스폰서 변천사
이 팀의 뼈대는 본래 매우 탄탄한 독일의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2010년 '팀 넷앱(Team NetApp)'이라는 이름의 3부 리그 팀으로 소박하게 출발한 이들은, 보라-아르곤 18을 거쳐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지금의 이름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핵심 스폰서였던 '보라(BORA)'는 독일의 프리미엄 주방 후드 및 쿡탑 제조사이며, '한스그로헤(hansgrohe)'는 세계적인 욕실 수전(샤워기, 수도꼭지) 전문 기업입니다. 이 두 독일 기업의 든든한 후원 아래, 팀은 착실하게 월드투어 최고 등급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24년, 오스트리아의 에너지 드링크 거물 '레드불'이 팀 지분의 과반을 인수하며 메인 타이틀 스폰서로 등극했습니다. 기존의 보라와 한스그로헤가 기초 공사를 튼튼히 다졌다면, 레드불은 그 위에 마천루를 세우기 위해 엄청난 예산과 첨단 훈련 노하우를 사이클링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월드스타 피터 사간의 시대: 역대 주요 선수
지금은 레드불의 거대 팀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과거 이 팀을 일약 세계적인 인기 팀으로 끌어올린 단 한 명의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현대 사이클링 최고의 록스타, **피터 사간(Peter Sagan)**입니다.
2017년 사간이 이 팀에 합류했을 때, 팀은 스프린트와 원데이 클래식 무대에서 무수히 많은 승리를 챙겼습니다. 사간 특유의 여유로운 쇼맨십과 폭발적인 스프린트는 보라-한스그로헤라는 이름을 전 세계 사이클 팬들의 뇌리에 깊게 각인시켰습니다. 사간과 함께했던 이 시절은 팀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즐거웠던 첫 번째 전성기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스페셜라이즈드의 아버지 피터사간 !

뚜르 드 프랑스를 향한 최후의 퍼즐: 현재 주요 선수
레드불의 자본이 투입되면서 팀의 목표는 단 하나, '뚜르 드 프랑스 종합 우승'으로 명확해졌습니다. 이를 위해 팀은 비스마 팀의 레전드였던 **프리모즈 로글리치(Primož Roglič)**를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영입했습니다.
로글리치는 지로 디탈리아와 부엘타 아 에스파냐를 모두 제패했지만, 유독 뚜르 드 프랑스 우승과는 얄궂을 정도로 인연이 없었던 비운의 강자입니다. 선수 생활의 황혼기를 맞이한 그에게 이 팀은 뚜르 드 프랑스 제패를 위한 마지막 기회이며, 팀 역시 그의 경험과 노련함이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로글리치 외에도 이 팀의 산악 트레인은 매우 두텁습니다.
- 자이 힌들리(Jai Hindley): 2022년 지로 디탈리아 종합 우승자로, 로글리치를 최측근에서 보좌하거나 위기 시 플랜 B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강력한 클라이머입니다.
- 알렉산드르 블라소프(Aleksandr Vlasov): 가파른 산악 구간에서 묵묵히 페이스를 끌어올려 주는 최고급 도메스티크(조력자)로 팀의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향후 전망 및 관전 포인트 (신흥 제국의 한계점)
레드불-보라-한스그로헤는 이제 UAE 팀 에미레이츠, 팀 비스마와 함께 펠로톤의 '빅 3' 예산 규모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뚜르 드 프랑스를 보시는 분들이라면 맹신하지 말고 주의 깊게 보셔야 할 한계점도 명확합니다.
선수단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개개인의 능력치를 높일 수는 있지만, 극한의 산악 구간에서 에이스를 완벽하게 보호하는 '팀워크와 트레인 조직력'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중요한 길목에서 로글리치가 펠로톤 팩에 고립되거나 불운한 낙차 사고에 휘말리는 등, 아직은 조직력이 100% 맞아떨어지지 않는 삐걱거림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따라서 뚜르 드 프랑스 중계를 보실 때, 새롭게 등장한 짙은 남색(또는 은색) 바탕의 거대한 황소 군단이 기존의 양강 체제(UAE vs 비스마)를 어떻게 뒤흔드는지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노장 로글리치가 레드불의 날개를 달고 자신의 오랜 숙원인 옐로 저지(우승자 유니폼)를 차지할 수 있을지가 이 팀을 지켜보는 가장 짜릿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 핵심 요약
- 팀 넷앱으로 시작해 보라(BORA)와 한스그로헤의 후원으로 성장한 독일 기반의 강호에, 최근 거대 자본 '레드불'이 가세하며 글로벌 슈퍼팀으로 거듭났습니다.
- 과거 피터 사간이 팀의 폭발적인 인기를 견인했다면, 현재는 노련한 프리모즈 로글리치를 필두로 뚜르 드 프랑스 종합 우승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 무한한 자본력과 레드불의 스포츠 과학 시스템이 언제쯤 자전거 도로 위에서 완벽한 산악 조직력으로 뭉쳐질지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다음 6편에서는 거대 자전거 제조사와 대형 마트 스폰서가 만나 강력한 화력을 뿜어내는 '리들-트렉(Lidl-Trek)' 팀의 거침없는 공격 전략과 다크호스로서의 면모에 대해 파헤쳐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레드불처럼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 성공을 거둔 거대 자본이 사이클링에 들어와 기존의 판도를 흔드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시나요, 아니면 전통적인 사이클링 팀들의 생태계를 위협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의 솔직한 생각을 댓글로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