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린트계의 최대 강자 알페신 !

한 명의 천재가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스포츠 역사상 "한 명의 슈퍼스타가 팀 전체의 체급을 끌어올렸다"는 찬사를 받는 경우는 드물지만 분명 존재합니다. 뚜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 펠로톤에서는 오늘 소개할 '알페신-데크닝크(Alpecin-Deceuninck)'가 바로 그 완벽한 예시입니다. 제가 처음 이 팀을 알게 되었을 때만 해도, 이들은 뚜르 드 프랑스에 초대받기도 벅찬 2부 리그(프로팀) 혹은 진흙탕을 달리는 사이클로크로스 전문 팀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단 한 명의 압도적인 천재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펠로톤의 모든 생태계를 파괴하며 팀을 단숨에 세계 최고 등급인 월드투어 팀으로 격상시킨 이들의 놀라운 스폰서 역사와 전술을 분석해 봅니다.
독일 카페인 샴푸와 벨기에 창호 회사의 절묘한 만남: 스폰서 변천사
이 팀의 뿌리는 벨기에의 형제 감독인 크리스토프 루드후프트와 필립 루드후프트가 이끌던 소규모 사이클로크로스(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겨울 자전거 스포츠) 팀이었습니다. BKCP-파워플러스, 코렌돈-서커스 등의 이름을 거치며 주로 겨울 시즌에만 활약하던 언더독이었습니다.
이들의 운명이 바뀐 것은 2020년, 독일의 유명 남성용 카페인 샴푸 브랜드인 '알페신(Alpecin)'이 메인 스폰서로 합류하면서부터입니다. "모발을 위한 도핑(Doping for your hair)"이라는 도발적이고 유쾌한 마케팅 문구로 유명한 알페신은 팀에 막대한 자본을 수혈했습니다. 여기에 2022년, 과거 수달 퀵스텝을 후원했던 벨기에의 거대 창호(문/창문) 제조 기업 '데크닝크(Deceuninck)'가 공동 타이틀 스폰서로 가세했습니다. 독일과 벨기에의 탄탄한 자본, 그리고 독일 명품 자전거 브랜드 '캐니언(Canyon)'의 전폭적인 기술 지원이 결합하며 완벽한 월드투어 팀의 외형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팀 그 자체이자 현대 사이클링의 아이콘: 마티외 반 더 폴
알페신-데크닝크를 설명할 때 9할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이름, 바로 **마티외 반 더 폴(Mathieu van der Poel)**입니다. 뚜르 드 프랑스의 영원한 2인자였던 전설적인 할아버지(레이몽 풀리도르)의 피를 물려받은 그는, 로드 사이클, 산악자전거(MTB), 사이클로크로스 등 자전거로 할 수 있는 모든 종목의 세계 챔피언을 휩쓰는 진정한 괴물입니다.
그가 하루짜리 험난한 클래식 대회에서 폭발적인 파워로 돌길을 박차고 나갈 때면 경쟁자들은 추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팀의 스폰서가 늘어나고 1부 리그로 승격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반 더 폴이라는 '걸어 다니는 흥행 보증수표'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재앙'에서 '제왕'으로 거듭난 세계 최고의 스프린터: 현재 주요 선수
반 더 폴이 팀의 화려한 간판이라면, 뚜르 드 프랑스 평지 스테이지에서 팀의 실속(우승)을 챙기는 확실한 무기는 따로 있습니다.
- 야스퍼 필립센(Jasper Philipsen): 현재 전 세계 펠로톤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입니다. 과거 넷플릭스 뚜르 드 프랑스 다큐멘터리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재앙의 야스퍼(Jasper Disaster)'라는 굴욕적인 별명을 얻기도 했죠. 하지만 각성한 이후로는 뚜르 드 프랑스 평지 구간 우승을 쓸어 담으며 최고의 스프린터를 상징하는 '그린 저지'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 재미있는 점은, 팀의 최고 에이스인 반 더 폴이 평지 결승선을 앞두고 기꺼이 필립센을 위해 바람을 막아주는 '리드아웃 맨(발사대)' 역할을 자처한다는 것입니다. 세계 챔피언이 발사대 역할을 해주는 팀, 알페신-데크닝크의 무시무시한 평지 장악력의 비밀입니다.

스폰서를 위해 우승했던 역대 주요 선수
팀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준 선수들도 잊을 수 없습니다.
- 팀 메를리에(Tim Merlier): 필립센이 오기 전 팀의 메인 스프린터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벨기에 선수입니다. 지로 디탈리아와 뚜르 드 프랑스에서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하며 알페신 샴푸 로고를 전 세계 사이클 팬들의 뇌리에 깊게 각인시켰습니다.
뚜르 드 프랑스 관전 포인트: 노란색은 관심 밖, 오직 초록색과 구간 우승
뚜르 드 프랑스를 시청하실 때 초보 팬분들이 가장 헷갈려하시는 부분이 바로 이 팀의 전술입니다. 알페신-데크닝크는 UAE 팀 에미레이츠나 팀 비스마처럼 3주간의 종합 우승(옐로 저지)을 노리는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산악 구간에 접어들면 이 팀 선수들은 선두권에서 일찌감치 떨어져 나와 체력을 아끼며 유유자적하게 달리는 컷오프 통과 모드(그루페토)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평지 구간이나 거친 펀치형 언덕이 나타나면 상황은 돌변합니다. 짙은 데님(청바지) 무늬를 연상시키는 유니폼이 펠로톤 맨 앞으로 치고 나옵니다. 반 더 폴의 미친 듯한 독주 어택이나, 결승선 200m 앞두고 발사되는 필립센의 폭발적인 스프린트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아드레날린이 솟구칩니다. 가장 확실하고 재미있는 구간 우승 사냥꾼들의 활약을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 핵심 요약
- 알페신-데크닝크는 독일 카페인 샴푸 '알페신'과 벨기에 창호 기업 '데크닝크'의 후원을 받으며 2부 리그에서 세계 최정상급으로 초고속 성장한 팀입니다.
- 팀의 성장은 사이클링계의 압도적인 천재 올라운더 '마티외 반 더 폴' 한 명의 기적 같은 퍼포먼스와 티켓 파워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뚜르 드 프랑스 종합 우승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세계 최고의 스프린터 야스퍼 필립센을 앞세워 평지 구간 우승과 포인트 저지(그린 저지)를 노리는 파괴적인 팀입니다.
다음 15편(시리즈 마지막 편)에서는 아시아 자본의 자존심이자, 마크 카벤디쉬의 뚜르 드 프랑스 전인미답 35승 대기록이라는 역사를 쓴 '아스타나 카자흐스탄 팀(Astana Qazaqstan Team)'의 찬란한 영광과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압도적인 천재 한 명이 팀을 하드캐리하는 '영웅 중심의 팀'과, 선수 개개인의 이름값은 덜해도 끈끈한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원 팀(One Team)' 중 어느 쪽의 스토리에 더 매력을 느끼시나요? 자유롭게 댓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