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제목: [뚜르 드 프랑스 고인물 분석 9편] 바레인 빅토리어스 역사와 스폰서 - 중동의 오일머니가 빚어낸 불굴의 산악 트레인

by 따보1 2026. 2. 25.

가성비와 입문용 최고인 메리다의 바레인 ! 

화려함 뒤에 숨겨진 끈적한 투혼과 의리

뚜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 중계를 보실 때, 펠로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강렬한 붉은색과 주황색(최근에는 진주색을 가미한) 유니폼이 뭉쳐서 달리는 모습을 자주 보셨을 겁니다. 오늘 분석할 팀은 바로 '바레인 빅토리어스(Bahrain Victorious)'입니다.

중동의 거대 자본으로 만들어진 팀이라고 하면 흔히 돈으로 최고의 슈퍼스타만 싹쓸이하는 '지구방위대'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1편에서 다룬 UAE 팀 에미레이츠가 천재 포가차르를 앞세운 화려한 공격 축구 같은 느낌이라면, 이 팀은 끈적한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결정적인 역습 한 방을 노리는 거친 상남자들의 팀에 가깝습니다. 사이클링 펠로톤에서 가장 끈끈한 동료애를 자랑하는 바레인 빅토리어스의 역사와 전술을 해부해 봅니다.

중동 왕족의 열정과 명품 장비의 결합: 스폰서 변천사

이 팀의 탄생 배경은 매우 독특합니다. 바레인 왕실의 나세르 빈 하마드 알 칼리파 왕자가 엄청난 사이클링 매니아였고, 그의 주도하에 국가적인 차원의 투자가 이루어지며 2017년에 창단되었습니다.

창단 초기에는 대만의 거대 자전거 브랜드인 메리다(Merida)와 손잡고 '바레인-메리다'라는 이름으로 펠로톤에 등장했습니다. 이후 2020년에는 영국의 슈퍼카 브랜드인 맥라렌(McLaren)이 타이틀 스폰서로 합류해 '바레인 맥라렌'으로 뛰며 첨단 공기역학 기술을 수혈받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맥라렌이 철수한 이후, 현재는 바레인 국가와 관련된 여러 기업들의 후원 아래 '바레인 빅토리어스'라는 이름으로 굳어졌습니다. 메인 자전거 스폰서인 메리다와의 끈끈한 관계는 창단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며 팀의 강력한 퍼포먼스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펠로톤의 야수와 상어: 역대 주요 선수

팀이 지금의 단단한 위치에 오르기까지, 펠로톤을 뒤흔들었던 전설적인 선수들의 공이 컸습니다.

  • 빈첸초 니발리(Vincenzo Nibali): '메시나의 상어'라 불렸던 이탈리아의 사이클 영웅입니다. 팀 창단과 함께 합류하여 그랜드 투어(뚜르, 지로, 부엘타)에서 팀의 초창기 성적을 멱살 잡고 끌어올린 개국 공신입니다. 특유의 날카로운 내리막 공격(다운힐 어택)은 아직도 많은 팬들의 뇌리에 선명합니다.
  • 소니 콜브렐리(Sonny Colbrelli): 지옥의 레이스라 불리는 '파리-루베'에서 온몸에 진흙을 뒤집어쓰고 오열하며 우승했던 거친 야수입니다. 불의의 심장 질환으로 이른 나이에 은퇴해야 했지만, 그가 보여준 불굴의 투지는 팀의 가장 강력한 DNA로 남았습니다.

내리막의 지배자와 스마트한 사냥꾼들: 현재 주요 선수

현재 바레인 빅토리어스의 스쿼드는 한 명의 압도적인 에이스에 의존하기보다, 각기 다른 지형에서 승리를 낚아채는 스페셜리스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마테이 모호리치(Matej Mohorič): 현재 펠로톤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다운힐의 신'입니다. 산악 구간을 넘어선 뒤 시속 100km에 육박하는 속도로 내리막을 질주하며 경쟁자들을 따돌리는 기술은 경이롭습니다. 산악자전거(MTB)에서 쓰이는 가변 싯포스트를 로드 레이스에 도입해 우승을 차지한 혁신적인 선구자이기도 합니다.
  • 펠로 빌바오(Pello Bilbao) & 다미아노 카루소(Damiano Caruso): 가장 묵묵하고 스마트하게 뚜르 드 프랑스 종합 순위 상위권을 방어해 내는 베테랑 클라이머들입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끝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며 팀에 귀중한 스테이지 우승과 포인트를 안겨줍니다.
  • 산티아고 부이트라고(Santiago Buitrago): 가파른 경사도에서 폭발적인 댄싱(일어서서 페달링하는 기술)을 보여주는 콜롬비아 출신의 젊은 산악 에이스로 팀의 미래를 이끌고 있습니다.
  •  

향후 전망과 뚜르 드 프랑스 관전 포인트

바레인 빅토리어스는 자본력과 선수단 뎁스 모두 펠로톤 최상위권에 속합니다. 하지만 앞선 글들에서 언급했던 포가차르(UAE)나 빙에고르(비스마)처럼 뚜르 드 프랑스 전체를 지배할 'S급 절대강자'가 부재하다는 것이 뚜렷한 한계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종합 우승(옐로 저지)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종합 5위권 진입과 험난한 산악 구간에서의 '스테이지 우승(구간 우승)'을 최우선 목표로 전략을 짭니다.

뚜르 드 프랑스 중계를 보실 때 이 팀의 최고 관전 포인트는 '추격전'입니다. 선두 그룹을 놓쳤을 때, 모호리치를 필두로 붉은색 트레인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리막을 쏘며 격차를 줄여나가는 장면은 그 어떤 팀의 레이스보다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킵니다. 또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동료 지노 메이더(Gino Mäder)를 기리며 결승선에서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 이들의 세리머니를 보신다면, 자전거 경기가 단순한 기계적 스포츠가 아니라 뜨거운 인간 승리의 드라마라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 핵심 요약
  1. 바레인 빅토리어스는 바레인 왕실의 주도로 창단되어, 명품 자전거 메리다와 함께 성장해 온 중동의 강력한 월드투어 팀입니다.
  2. 과거 빈첸초 니발리와 소니 콜브렐리가 강인한 투혼의 팀 컬러를 만들었고, 현재는 마테이 모호리치 등 스페셜리스트들이 그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3. 압도적인 종합 우승 후보는 없지만, 펠로톤 최고의 내리막 기술과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뚜르 드 프랑스 산악 구간에서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는 다크호스입니다.

다음 10편에서는 스페인 사이클링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펠로톤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 '모비스타 팀(Movistar Team)'의 위대한 유산과 고집스러운 전술에 대해 파헤쳐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가 치명적인 부상이나 질병의 위기를 딛고 기적처럼 복귀하여 승리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스포츠 경기에서 결과를 떠나 가장 감동받았던 선수나 팀의 투혼이 있다면 댓글로 자유롭게 남겨주세요!